캐나다 정치의 상징적 존재였던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결국 물러났다. 피에르 트뤼도의 아들로 태어나 '정치 명문가' 출신이라는 후광을 업고 등장했던 그는 젊은 리더십과 진보적 비전으로 캐나다를 이끌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등장은 캐나다 자유당을 이끌며 "진정한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2015년부터 시작된다. 젊음과 열정을 바탕으로 기존 정치 문법을 벗어난 소통 방식을 보여주며, 다문화주의와 젠더 평등, 환경 보호와 복지 확대 등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펼쳤다. 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선택지로 다가왔으며, 마치 한국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폐 청산과 포용 정치의 기치를 내걸며 집권했던 상황과 유사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트뤼도의 몰락은 그가 내세웠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낳은 결과였다. 그는 도덕적 리더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SNC-라발린 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으며 자신이 강조했던 정의와 투명성의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상황과도 닮아 있다. 또한, 트뤼도가 추진했던 환경 정책과 복지 확대는 이상적이었지만, 경제적 한계와 실질적인 성과 부족으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을 경험했던 사례와 겹친다. 트뤼도는 다문화주의와 젠더 평등을 강조하며 진보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일부 정책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으로 비춰지며 중도층과 보수층의 반발을 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 특정 사회적 의제가 과잉 해석되며 국민적 갈등을 초래했던 사례들과도 연관된다.
트뤼도의 퇴장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몰락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 지도자를 평가하는 잣대가 무엇인지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한국 정치인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우선, 도덕성은 정치인의 핵심 자산이다. 도덕적 권위가 무너질 때 지지층의 결집은 붕괴하고, 신뢰를 상실한 지도자는 어떤 정책도 성공시킬 수 없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에서 보듯, 스캔들이 정치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둘째,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 이상적 비전은 국민의 기대를 모으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지 못할 경우 민심은 쉽게 등을 돌린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나 경제 회복의 부진은 비전과 현실의 괴리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셋째, 국민과의 소통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쌍방향의 과정이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중도층 및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족에서 보듯, 국민이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정치적 고립은 심화된다.
마지막으로, 균형 감각이 필수적이다. 진보적 의제든 보수적 의제든, 지나치게 편향되거나 특정 계층만을 대변할 경우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트뤼도가 남긴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캐나다 정치뿐 아니라 한국 정치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정치적 도덕성과 국민의 요구에 대한 응답은 그 어떤 화려한 비전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트뤼도의 퇴장은 끝이 아니라 정치권이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할 새로운 출발점이다. 한국의 정치인들 역시 이 교훈을 되새겨 국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