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점차 거리를 두고 있으며, 향후 불참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NATO가 미국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조직이라며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다시금 NATO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게 막대한 안보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유럽의 자체적인 방위력 강화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미국 없이 독자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는 데는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 NATO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군사력과 정보력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 왔으며,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핵우산과 전략적 지원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NATO를 이탈하거나 NATO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할 경우, 유럽 국가들은 즉각적인 방위 공백을 맞이하게 된다.
1. 미국의 NATO 불참 가능성과 그 배경
미국의 NATO 불참 가능성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현재 미국 외교·안보 전략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첫째,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NATO는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보호하는 대가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이 더 이상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NATO 방위비 지출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다.
둘째, 미국의 대외정책은 점점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럽보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개입과 동맹국 지원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유럽에서의 군사적 개입을 축소하고, NATO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국 내 정치적 변화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NATO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공화당 내 강경 보수층에서는 NATO를 미국의 불필요한 부담으로 간주하는 견해가 강하다. 향후 트럼프가 재집권하거나, 그와 유사한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경우 NATO에 대한 미국의 역할 축소는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럽 국가들은 자체적인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2. 유럽 국가들의 자주 국방 한계
미국의 NATO 불참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자체적인 방위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유럽은 오랜 기간 미국 중심의 NATO 안보 체제에 의존해 왔으며, 단기간 내에 독자적인 군사력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1) 방위비 지출의 한계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NATO 체제 내에서 비교적 낮은 방위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NATO 회원국들에게 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방위비를 점진적으로 증액하고 있으나, 미국이 NATO에서 빠질 경우 유럽 국가들이 단기간 내에 방위비를 대폭 증가시키기는 쉽지 않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은 국방비 증액에 대한 국민적 반발도 커지고 있다.
2) 군사 역량의 부족
유럽 국가들은 개별적으로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NATO와 같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수행할 역량은 부족하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전략적 무기 지원이 사라질 경우,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같은 군사 강국과 직접 맞설 능력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장거리 타격 능력과 전략적 공군력, 정찰 및 감시 능력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자체적인 군사력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지원 없이 완전한 방위력을 갖추기에는 기술적·재정적 한계가 많다.
3) 정치적 분열과 정책 조율의 어려움
유럽연합(EU)은 군사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나, 회원국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효과적인 방위 협력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유럽군 창설을 주장하지만, 독일은 NATO 체제 내에서 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크게 우려하며 NATO와의 강력한 동맹을 유지하길 원하지만, 서유럽 국가들은 방위비 부담을 줄이길 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분열로 인해 유럽은 미국 없이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고, 단일한 군사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4) 핵전력 부족 문제
미국이 NATO에서 철수할 경우, 유럽은 핵전력에서도 심각한 공백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 NATO의 핵억지력은 미국, 영국, 프랑스의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이 빠질 경우 유럽의 핵전력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방어 수단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3. 유럽의 대안과 한계
미국이 NATO에서 철수하거나 역할을 축소할 경우, 유럽 국가들은 몇 가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1)유럽연합(EU) 차원의 군사력 강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군’ 창설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가 있으며, 실제 실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2)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방위협력 강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EU 내에서 독자적인 방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재정적 한계와 국민적 반발로 인해 속도가 더디다.
3)영국과의 협력 확대
영국은 NATO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이 NATO에서 빠질 경우 유럽 방위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영국은 이미 NATO 내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독자적인 방위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
결론: NATO의 불확실성과 유럽의 군사적 도전
미국이 NATO에서 점점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자주 국방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방위비 지출, 군사력 부족, 정치적 분열, 핵전력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하며, 단기간 내에 독립적인 방위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유럽은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국 외교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