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제되지 않은 억만장자의 권력에 대한 분노, 머스크와 루비오의 격돌

  • 지난 목요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일론 머스크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사이의 격렬한 설전이 벌어지며 트럼프 행정부 내 긴장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날 회의는 머스크의 정부 효율성 개혁에 대한 반발과 조율 부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자리였고, 트럼프 대통령과 20여 명의 각료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회의 초반, 머스크는 루비오 장관에게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루비오가 정부의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루비오가 해고한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 이끄는 정부 효율성 부서의 직원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이에 루비오는 1,500명 이상의 국무부 직원이 조기 퇴직한 사례를 언급하며 머스크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비꼬는 어조로 “그들을 다시 고용해 보여주기식 해고라도 해야 하느냐”고 응수하며, 국무부의 재조직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들의 설전은 점점 격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의 논쟁을 마치 테니스 경기를 보듯 지켜봤다. 분위기가 점점 불편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개입해 루비오를 옹호하며 “루비오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매우 바쁘고 항상 여행 중이며 TV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라며 그를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려 했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영향력에 처음으로 제한을 가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앞으로 각료들이 주도하고, 머스크의 팀은 자문 역할만 맡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머스크의 급진적인 개혁 방식에 대한 각료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이날 회의에서 머스크는 교통부 장관 션 더피와도 충돌했다. 더피 장관이 연방항공청(FAA)의 항공기 추적 장비 개선 방안을 논의하던 중, 머스크의 팀이 항공 교통 관제사들을 해고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머스크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지만, 더피 장관은 해당 내용을 직접 들었다며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 교통 관제사는 MIT 출신의 천재들이어야 한다”고 발언해 회의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보훈부 장관 더그 콜린스는 머스크의 구조조정이 수천 명의 참전용사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참전용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만큼, 콜린스 장관은 무분별한 구조조정 대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하며 “우수한 인재는 유지하고, 부적합한 직원만 정리하자”고 말했다.

    회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도끼가 아닌 메스를 사용해 연방 정부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머스크의 급진적인 개혁 방식을 완화할 의지를 보였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린 레빗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 측도 “머스크 팀과의 개혁 목표는 같으며, 이번 회의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자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회의장에서 머스크의 강경한 태도와 각료들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많은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회의 이후 각료들 사이에서는 머스크 팀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율에 나섰지만, 행정부 내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개혁 과정에서 머스크와 각료들 사이의 조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 글쓴날 : [25-03-08 09:49]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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