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영매체, VOA·RFA 예산 삭감에 조롱… “미국 영향력 무너졌다”
  •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중국 국영매체가 이를 두고 조롱을 퍼붓고 있다. 이들 매체는 수십 년간 중국의 인권 침해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보도해왔으며, 이에 반발해온 베이징 당국은 이번 사태를 자국의 승리로 여기고 있다.

    VOA·RFA, 중국 내 검열 피해 대안적 정보원 역할

    VOA와 RFA는 오랫동안 중국 청취자들에게 정부의 검열을 우회한 대안적 정보원을 제공해왔다. 1970~80년대 중국이 오랜 고립을 끝내고 점진적으로 개방되던 시기, VOA의 정치·문화 프로그램은 지식인과 자유주의 사상가들의 사고방식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1989년, VOA는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만다린(중국 표준어) 방송을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VOA 소속 특파원들은 같은 해 중국에서 추방된 외국 기자들 중 일부가 되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신장, 티베트 및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보도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위구르어 서비스는 신장 내 재교육 수용소 존재를 폭로하고, 수용소 내 사망 사례를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RFA 소속 위구르 기자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해왔다. 2021년에는 RFA 직원들의 가족 50명 이상을 신장에서 구금했으며, RFA 소속 **위구르계 미국인 기자 굴체흐라 호자(Gulchehra Hoja)**는 2018년 자신의 가족 24명이 신장에서 억류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예산 중단… "독재자들에게 보상"

    그러나 이러한 활동을 지속해온 VOA와 RFA의 운영이 불투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두 기관을 감독하는 국제방송처(Agency for Global Media)의 해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VOA는 수백 명의 워싱턴 본부 직원들이 유급 휴직 통보를 받았으며, RFA는 연방 보조금이 토요일 아침부로 중단되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베이 팡(Bay Fang) 자유아시아방송 사장 겸 CEO는 성명을 통해"이 조치는 독재자들과 폭군들, 특히 중국 공산당에 대한 보상"이라며, "그들은 정보 공간에서 견제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장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다. 팡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매체, "미국 반중(反中) 선전 요새 무너졌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VOA를 “최전선의 선전 도구”, “거짓말 공장”이라고 맹비난하며, 미국의 정보전이 약화된 것을 기뻐했다.

    특히, 전 《글로벌 타임스》 편집장 후시진(胡锡进)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VOA와 RFA의 ‘마비 상태’를 가리키며 “매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했다”면서도, “미국의 반중(反中) 이데올로기 요새가 내부에서 무너지고 새와 짐승 떼처럼 흩어지는 모습을 모든 중국인이 기쁘게 바라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영향력 스스로 무너뜨려"

    한편, 조지타운대학교의 제임스 밀워드(James Millward) 교수는 RFA 위구르어 서비스의 외부 검토자로 활동한 경험을 언급하며, "이들은 보도의 정확성을 기하고, 자신들이 봉사하는 글로벌 커뮤니티에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적은 인력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루어졌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밀워드는 "트럼프가 한 것은 미국의 영향력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미국이 지원해야 할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잔혹 행위를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소프트 파워의 중요한 도구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VOA와 RFA의 축소는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 국제 사회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글쓴날 : [25-03-18 23:07]
    • 김송희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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