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되며, 대한민국은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충격을 맞았다. 6월 3일 조기대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정국은 급격히 대선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대한민국 정치 구조 자체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선거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야권의 단일 대선 후보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윤석열 정권의 무리한 검찰 수사와 정치적 탄압이라는 프레임이 현실화되면서, 이 대표는 ‘정치적 희생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민주당도 원팀 재편과 중도층 확장을 통해 정권 재창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으로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새 판을 짜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탄핵이라는 극단적 심판을 받은 책임정당으로서,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고 방향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지금의 세대별 지지율 구도 변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40대 젊은 세대가 국민의힘을 일정 부분 지지하는 반면, 오히려 50대와 60대 이상의 중장년·장년층이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간 보수가 기댔던 핵심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하며, 정치 지형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경고다.
이처럼 기존 보수층의 이탈과 청년층의 일부 유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단순한 계파 갈등이나 후보 경쟁에 몰두한다면 전체 판세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을 단지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다음과 같은 전략적 대전환이 요구된다.
첫째,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개헌 의제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대통령 단임제의 권력 집중 문제, 검찰 개혁의 미진함, 정당 구조의 폐쇄성 등은 모두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분권형 권력 구조, 국회 중심 내각제, 중선거구제 도입 등 제도 개편을 당 차원에서 제안함으로써 보수의 개혁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둘째, 세종시 정치수도 이전 등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충청권을 포함한 중부권 민심을 얻을 수 있는 핵심 메시지이자, 수도권 과밀 해소와 행정 효율화라는 현실적 필요와도 맞닿아 있다.
셋째, 공천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밀실 공천, 사천 논란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청년, 여성, 지역 인재를 과감히 공천에 반영하고,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당의 민주화 없이는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없다.
넷째, 청년층과의 진정한 동행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단순한 청년 인재 영입 쇼가 아니라, 2030세대가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거, 일자리, 기후, 군 복무 등 실생활과 직결되는 청년 의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오세훈, 홍준표, 한동훈, 김문수 등 보수 대선주자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이재명 대표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보수가 얼마나 달라졌느냐이다.
국민의힘은 지금이야말로 기존 보수의 껍질을 깨고, 미래를 향한 혁신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보수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선은 물론 정치의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조기대선은 위기이자 기회다.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는 오로지 변화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