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네타냐후의 권력 강화와 가자지구의 불안한 미래”
  •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재개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대응 양상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방 국가들과 미국의 강한 압박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 공세에 대해선 그 어떤 공식적인 규탄도 거의 없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도 민간인 피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견제의 역할을 해왔다. 심지어 작년 6월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며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의 대규모 폭탄 공급을 지연시키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는 이 모든 흐름을 뒤바꿨다. 가자지구에서의 대규모 공습,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 구조대 사망 사건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 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그와의 밀착된 관계를 과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계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 혹은 암묵적 지지를 배경으로 연정 내 극우 세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사법개혁을 비롯한 논란의 정책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전투 지속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전직 네타냐후 보좌관인 나다브 슈트라우클러는 “트럼프 시절, 네타냐후는 훨씬 더 많은 활동 공간을 확보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나 압력은커녕 오히려 자유의 신호를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가자지구의 미래에 대한 논의 역시 우려를 자아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규모로 추방하고 그 자리에 ‘리비에라’를 세우자는 계획을 지지했으며, 이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촉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발언에 즉각 호응하며, “가자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견제 없는 권력 행사”로 규정한다.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박사는 “네타냐후 총리는 외부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확보했으며, 이는 가자지구 뿐 아니라 레바논, 시리아 등 지역 전체의 안보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과 아프리카는 트럼프의 관세 압박과 국제 질서 재편 속에 네타냐후의 행보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최근 이스라엘이 영국 국회의원 두 명의 입국을 차단한 사건에 대해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 역시 일회성 반응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여전히 10월 7일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이후 안보 실패 책임론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권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정보기관장과 법무장관의 해임 등으로 내부 권력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이스라엘의 한 극우 캠프는 지금, 세계 여론의 제약 없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자리하고 있다.”
  • 글쓴날 : [25-04-08 20:45]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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