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는 산학협력 생태계의 혁신을 위한 제도 정비 차원에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하고, 4월 9일부터 5월 19일까지 입법예고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2023년 12월 20일 국회를 통과한 「산학협력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기술지주회사의 기술사업화 역량 강화와 대학 계약정원 운영의 유연성 제고를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기술지주회사, 이제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로 도약
개정령안에 따르면, 기존에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만을 대상으로 했던 기술지주회사의 기술이전·중개 업무 범위가 타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보유 기술로 확대된다. 이로써 기술지주회사는 특정 대학 소속을 넘어 다양한 기술 원천에 대한 중개·이전 전문성까지 확보하게 되어, 기술투자·상업화 전문회사로의 성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현재는 자회사만을 대상으로 허용됐던 기술지주회사의 시설 임대 대상이, 교원·학생 창업기업 등 ‘대학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기술지주회사의 수익모델이 다변화되고, 창업 친화적 산학협력 환경 조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정원 제도, 첨단산업 중심에서 전 산업 분야로 전면 확대
이번 개정안은 계약정원제 운영의 유연성을 대폭 높이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 분야에 한정되었던 계약정원 제도를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산업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보다 폭넓게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대기업이 협력업체 또는 하도급 업체 소속 직원의 교육훈련을 위해 계약정원 경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의 인재양성 참여를 장려하는 구조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계약정원 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쌓은 실무경험도 학점으로 더욱 폭넓게 인정받게 된다. 기존에는 졸업학점의 5분의 1까지만 인정됐던 산업계 근무경력 학점 인정범위를 4분의 1로 상향하여, 직무 기반 역량 중심 교육체계가 더욱 강화된다.
국민 의견 수렴 통해 정책 완성도 높인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령안에 대해 5월 19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 누리집 등 온라인 창구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견 검토를 거쳐 시행령 개정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기술과 투자의 전문성을 모두 갖춘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로 기술지주회사를 육성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공공 연구개발(R&D)의 성과가 민간에서 실질적 부가가치로 연결되고, 대학의 산학협력 역량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의 기술지주회사 운영 실태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술지주회사가 대학의 연구성과를 효과적으로 상업화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각국은 자국의 제도 및 산업 구조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지주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술 이전, 창업 지원, 투자 연계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탠포드대학교, MIT 등 주요 대학들이 자체 기술이전 사무소(TTO: Technology Transfer Office)를 중심으로 연구성과를 이전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과 투자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TTO는 단순한 특허관리 기능을 넘어, 기술지주회사의 형태로 분화되기도 하며, 민간 벤처캐피탈과 협력하여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한다. 예컨대, 스탠포드대학교는 TTO를 통해 구글(Google)의 원천기술을 성공적으로 이전하고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영국은 대학이 100% 출자한 별도 법인 형태의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Oxford University Innovation Ltd’와 케임브리지대학교의 ‘Cambridge Enterpris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연구성과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특허 관리, 창업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영국은 정부의 초기 지원과 함께 수익 자립 구조를 유도하며, 대형 민간 자본과의 연계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옥스퍼드대는 별도 투자회사인 Oxford Sciences Innovation을 통해 수백억 원 규모의 기술 창업 투자도 집행하고 있다.
독일은 기술지주회사 운영에서 대학보다는 연구기관 중심의 모델이 주류를 이룬다.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Gesellschaft)와 막스플랑크 혁신사무국(Max Planck Innovation)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서, 산업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산학연 클러스터 안에서 기술이전과 창업을 지원하며, 기술의 공공적 가치와 산업적 파급력을 중시하는 운영 방식을 취한다. 특히,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과의 긴밀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독일 산업경쟁력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기술지주회사를 단순한 수익창출 기구가 아닌, 기술과 자본, 산업을 연결하는 ‘혁신 허브’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R&D) 성과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산업에 녹아들고 있으며, 동시에 대학의 자립적 재정 확보와 연구자·학생 창업을 촉진하는 긍정적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기술지주회사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술원천기관 간의 협업, 민간 자본과의 연계 확대, 그리고 전문 인력의 확보를 통해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참고 용어 설명
기술지주회사: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연구개발 성과의 창업·투자·이전 등을 총괄.
계약정원제: 기업이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과 협약을 맺고 정원을 배정받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