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이란 핵 협상 재개…강경한 입장 속 ‘협상인가, 항복인가’ 갈림길
  •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이란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혀온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해법을 실현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협상은 "형편없었다"며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협상장을 떠났어야 했다"고 말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보다 강력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란 핵 협상, 토요일 예정

    미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토요일 정식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기간 비판해 온 오바마 시절 핵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프레임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양측의 입장 차이와 높은 이해관계 속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협상의 범위, 과거보다 확장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합의는 단순히 이란의 핵물질 농축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대리 세력에 대한 지원 철회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오바마 시절 합의의 개정 수준을 원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는 크다.

    이번 협상의 미국 측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맡았으며, 이는 외교적 전문성 부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위트코프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협상에도 관여하고 있으나, 핵 관련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장 밖의 변수들

    현재 이란은 핵무기급에 가까운 60% 순도의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수개월 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방공망이 약화된 데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영향력도 줄어든 상태다.

    한편, 이란은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해 외교적 부담을 안고 있는 점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다는 혐의를 제기한 바 있으며, 이는 협상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고 있다.

    정치적 함의와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은 직접적(direct)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미국 협상단이 이란 측과 직접 마주 앉을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는 군사적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한, 간접 협상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진 샤힌 상원의원(민주당, 뉴햄프셔)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핵 합의 탈퇴를 "심각한 실수"로 지적하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계속 진전되고 있으며,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 중 하나인 스냅백 제재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제재는 유엔 제재를 자동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며, 오는 10월 18일 만료될 예정이다.

    전문성 결여가 부른 우려

    핵 협상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 측 협상단의 전문성 부족과 전략 부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카네기 재단의 카림 사자드푸르는 "이것은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니다"라며, 핵 기술, 사찰 체제 등 복잡한 기술적 사안이 오가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프린스턴대 세예드 호세인 무사비안 교수는 "서로 국민에게 설득 가능한 결과를 가져오는 협상만이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와 위트코프 모두 전쟁보다는 거래를 원하고 있기에 일말의 기회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번 협상이 단기간에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데니스 제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공격의 위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협상 타결 가능성을 오히려 낮춘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이란과 미국이 45년 간 쌓아온 깊은 적대감을 극복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남을지 주목된다.
  • 글쓴날 : [25-04-09 14:58]
    • 장훈남 기자[opinionview@naver.com]
    • 다른기사보기 장훈남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