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룰을 ‘권리당원 50% +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의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확정하면서, 당내 비이재명계(비명계) 주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특정 후보 추대 경선”이라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들러리 경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4월 14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해당 경선룰을 특별당규로 제정했다. 이 안은 권리당원 114만여 명 중 약 38만 9천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96.64% 찬성, 중앙위원 510명 중 96.47% 찬성을 얻으며 통과됐다. 결과적으로 합산 찬성률은 **96.56%**에 달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대선 경선은 기존의 국민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으로 방식이 바뀌게 됐다.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은 이재명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조로 평가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당심(黨心) 장악력이 높은 반면, 여론조사는 당의 지지층 외 민심까지 고려하되, 후보군 간 인지도가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김두관 “이건 경선 아닌 추대…민주당 떠난다”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룰 확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후보들과 협의 없는 일방적 룰은 특정 후보를 추대하는 것이며,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경선 참여를 거부하며, 이 경선은 공정하지 않다”고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김동연 “들러리 경선 안 돼…국민의식 과소평가 말라”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1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후보 모두 완전국민경선을 통해 후보가 됐다"며 “지금의 룰은 들러리 경선으로 가는 것 같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내 충분한 협의 없이 경선룰을 밀어붙인 과정에 대해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역선택 우려를 이유로 국민경선을 피하는 당의 입장에 대해 “12·3 계엄을 막아낸 국민이다. 역선택은 핑계”라며, “국민의식을 믿는 것이 민주당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당원 투표가 진행 중인 만큼 경선 참여 여부는 상황을 지켜본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변화는 참여형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선거인단 모집 중심 경선 방식이 폐기되고, 조사 기반의 경선으로 전환된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를 “당심 중심의 경선”, “이재명 후보에 유리한 구조”로 평가하며, 비명계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경선룰이 확정되면서 이재명 전 대표 중심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비명계의 이탈 혹은 경선 보이콧이 현실화될 경우, 당내 분열과 대선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심과 민심을 균형 있게 반영한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경선의 공정성과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대선국면 내내 민주당을 흔들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시대와 정치환경 변화에 따라 대선 경선룰을 다양하게 조정해왔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선출된 전국 순회 국민경선제를 도입하며 일반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는 시도를 했다. 이 시기는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이 합쳐지는 등 정당 재편 과정 속에서 경선 방식도 변화하는 과도기였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선출된 국민참여경선이 실시되었다. 당시에는 권리당원, 선거인단, 여론조사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일반 국민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해 투표하는 구조였다. 이 경선은 투명성과 참여 확대라는 민주당의 원칙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 등이 경쟁한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선거인단 45%, 여론조사 15%를 반영하는 경선룰이 적용됐다. 완전국민경선의 형태로, 전국을 돌며 현장투표를 진행하고 대규모 국민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특징이었다.
2021~2022년에 진행된 제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후보 등이 참여한 경선에서 19대 대선과 동일한 방식의 룰이 유지되었다. 권리당원과 선거인단, 여론조사의 3분할 방식은 정통적인 민주당식 경선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25년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의 큰 전환을 단행했다. 이번에 확정된 경선룰은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선거인단 모집 절차를 생략하고 여론조사로 민심을 반영하도록 바꾸었다. 이는 경선 기간 단축과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동시에 이재명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경선룰은 초기엔 제도적 실험과 국민 참여 확대를 중시하다가, 점차 효율성과 당내 권리당원의 영향력 확대 중심으로 이동해온 흐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매 경선마다 논란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번 21대 대선 경선에서도 그 연장선상에서 당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