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원자력 종주국 미국에 원자로 설계 수출… 66년 만에 기술 역수출 쾌거
  • 원자력연 컨소시엄, 美 미주리대 차세대연구로(NextGen MURR) 설계 수출 계약 체결

  • 대한민국이 66년 전 원자력 기술을 도입했던 종주국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설계를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한국원자력연구원·현대엔지니어링·미국 MPR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추진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NextGen MURR 프로젝트)’의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국내 1호 연구용 원자로(TRIGA Mark-Ⅱ)를 도입하며 원자력 기술 개발을 시작한 지 66년 만에 원자력 설계 기술을 미국에 수출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미주리대 연구로 설계 수주… 고성능 핵연료 기술이 핵심

    이번 사업은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20MWth급 고성능 신규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해 추진하는 다단계 사업의 첫 단계로,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최종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약 9개월 만에 초기설계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본 계약은 책임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임인철 부원장이 총괄하며, 향후 후속 단계의 상세 설계 및 건설로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컨소시엄의 수주 성공 배경에는 ▲과기정통부의 지속적 투자, ▲세계 유일의 고성능 연구로용 핵연료 기술, ▲현대엔지니어링과 MPR의 풍부한 해외 사업 수행 경험, ▲요르단·방글라데시·네덜란드 등에서의 연구로 사업 성공 사례들이 결합된 민관 협력의 결과로 분석된다.

    세계 연구로 시장 본격 진출… 원자력 기술 실물화의 신호탄

    과기정통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그간 ‘하나로’ 연구로의 자력 설계 및 건조(1995년),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네덜란드 등과의 협력 사업, 요르단 연구로 설계·건설 등 다양한 해외 진출 경험을 축적해 왔다. 또한 2022년부터는 수출형 신형 연구로(15MWth)도 직접 건설 중이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글로벌 연구로 시장 확대에 대비한 수출 전략 강화, ▲민관 공동 수출기반 조성 및 기술 고도화, ▲국제 협력을 통한 진출 기회 확대 등의 연구로 해외진출 로드맵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연구로가 노후화되고 방사성 동위원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수십 조 원대의 수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6년 전 기술 수입국에서 이제는 수출국으로”

    유상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수주는 과거 미국의 원조로 원자력 기술을 시작한 한국이 기술 역수출에 성공한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원자력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키우고,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도 “세계 유일의 고성능 핵연료 기술과 설계 능력, 그리고 민간의 해외사업 역량이 결합된 기술 주권 확보의 이정표”라며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원자력 기술의 실물화를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계약 체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 시장 진입은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력의 신뢰도와 세계적 경쟁력을 증명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글쓴날 : [25-04-17 07:52]
    • 김송희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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