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타냐후, 가자 지구 '영구 군사 통제' 계획 발표…사실상 재점령 수순 밟나
  • 이스라엘 안보 내각 만장일치 승인…미국 방위 계약업체 동원, '제한 구역 내 인도지원'도 포함
  •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5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 대한 새로운 군사 전략을 발표하며, 대규모 민간인 이주와 IDF(이스라엘 방위군)의 장기 주둔을 포함한 '강화된 작전'을 예고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가자 지대의 재점령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정으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전략은 전날 밤 안보 내각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되었으며, 수만 명의 예비군 소집과 함께 수 주 내 본격 실행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부와 남부 가자 주민들은 IDF가 통제하는 '살균 구역(sterile zones)'으로 강제 이주되고, 이곳에서만 제한적인 인도주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은 미국의 방위 계약업체가 보호하는 '인도지원 허브'를 설치해, 사전 검증을 통과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만 구호 물자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두 달간 휴전 종료 이후 인도지원 전면 차단으로 '기아 직전 상태'에 이른 현지 상황에서 제기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조치의 시점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순방 일정과 맞물려 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순방을 "50일 휴전 및 인질 석방안 협상의 결정적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군 보장 없이는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의 전멸 없이 전쟁 종결은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 브라이언 휴스는 “하마스가 미국인 인질을 포함한 억류자들을 계속 붙잡고 있을 경우, 그에 따른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IDF는 더 이상 들어갔다가 나오는 방식으로 작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 주둔과 완전한 지역 통제가 우리의 의도”라고 밝혔다. 이는 과거 하마스가 이스라엘 철군 직후 재집결했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국방문제 전문가 오페르 셸라흐는 “이는 실질적 점령으로의 표류이며, 200만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존을 책임지는 대가를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최소 6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군 내 일부 지휘관들은 병력 부족과 인질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전면 점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인질 가족 포럼'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영토 확보를 인질보다 우선시했다”며 “이는 이스라엘 국민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하마스 전멸’보다 ‘인질 석방’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우리가 확보한 영토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자 지대 완전 정복 및 주권 선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계 야당인 ‘민주주의자들’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이는 단기 작전이 아니라 가자 영구 주둔의 사전 정지 작업”이라며 “정부 생존을 명분으로 한 점령은 결국 피와 혼란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가자 점령 방안에 공식 지지를 표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 국가들과의 경제·방위 협정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가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중동 외교에서도 체면을 잃게 된다”며, 이 문제가 대통령의 체면을 지키기 위한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제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지원 허브' 방안을 국제 인도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사(ICRC)는 “통제하에 둔 민간인에 대한 생존권 보장은 점령국의 의무”라며 비판했고, 옥스팜은 “감시된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은 보호가 아니라 강제”라고 성명을 냈다.
  • 글쓴날 : [25-05-06 14:05]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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