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신불립(無信不立), 김문수 후보는 왜 그 약속을 저버렸는가
  • “신뢰 없는 약속, 떠나는 동지들… 정치인의 몰락은 말의 무게에서 시작된다”
  • 정치에는 늘 선택이 따른다. 그러나 그 선택이 신뢰를 깎아먹는 배신이 될 때, 정치인은 결국 홀로 남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파기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고전적 교훈이 정치 현실에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 내내 단일화를 외쳤다. “보수는 하나로 가야 한다”, “한덕수와는 어떤 형태로든 힘을 모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반복적으로 언론과 유세 현장을 장식했다.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은 국민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국민의힘 내 다수의 중진 및 초선 의원들이 김 후보를 지지한 이유도 그 ‘단일화 약속’이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김문수 후보의 입장은 돌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법원 유죄 확정 이후 판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그는 단일화 추진을 멈췄고, 공개적으로 “더 이상 단일화는 필요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언을 가볍게 뒤집은 것이었다.

    그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경선에서 김 후보를 도왔던 현역 의원들 다수가 공개 지지 철회를 선언하거나 침묵 속에 캠프를 떠났다. “신뢰가 무너진 지도자 밑에서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는 단지 내부 균열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지도자가 약속을 저버릴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것은 내부의 동지들이며, 가장 늦게 돌아서는 것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김 후보는 잊은 듯하다.

    오늘(6일),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대선후보 자격을 반납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정치는 말의 유희가 아니다. 말 바꾸는 정치인은 이재명 하나로 족하다”는 그녀의 직격은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당 내부에서조차 김 후보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윤 원장은 이어 “승리를 위해서라면 단일화는 필수이며, 이 시점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며 단일화 결단을 촉구했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자, 행동의 책임이다. 전략적 판단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동료 정치인들과의 신뢰마저 훼손한다면, 그는 지도자가 아닌 고립된 ‘후보자’일 뿐이다. 김문수 후보의 행보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기 파괴적 선택에 가깝다.

    정치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비판이 아니라 무관심이고, 가장 무거운 벌은 신뢰의 이탈이다. 단일화 약속을 믿고 김문수 캠프에 몸을 실었던 동료 의원들의 이탈, 그리고 오늘의 윤희숙 원장의 공개 비판은 단지 ‘줄서기 재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존립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확실한 경고다.

    무신불립. 신뢰 없이는 설 수 없다. 고전이 주는 이 간명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지금 김문수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유리한 정세에 기대는 계산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진심 어린 결단과 용기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정치적 미래는 단순한 선거의 패배가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자격 상실이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 글쓴날 : [25-05-06 22:37]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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