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상원 의원 |
한국전력공사(KEPCO)가 오는 2025년 12월 전남 순천을 거점으로 순천지사와 구례지사를 통합할 계획을 밝히면서, 구례 지역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군민들은 이를 “공기업의 일방적 갑질”로 규정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 전남본부는 현재 구례지사를 폐지하고, 순천시에 ‘순천·구례지사’를 설치하는 통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구례 지역에는 팀장급의 ‘현장지사’만이 남게 되며, 실질적인 예산·기획·운영 기능은 순천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구례는 단순 전력서비스만 제공받는 구조로 전환된다.
지역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 7일, 구례군의회가 통과시킨 ‘한전지사 통합 반대 조례안’을 바탕으로 한전 본사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고, “이번 통합은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구례군의회 장길선 의장을 비롯한 전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이 지역을 버리는 시대역행적 결정”이라며 “군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군민들 역시 한전의 설명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구례현장지사’라는 명칭을 두고 주민들은 “단지 서비스센터에 불과한 조직을 마치 지사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신뢰를 깨뜨리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군수는 권향엽 국회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게 협조를 요청해,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구례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비단 구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경남 함안·의령지사 통합 이후 민원이 폭증해 지역민의 반발이 이어졌고, 전남 목포·무안 통합 시도는 무안군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지역 균형발전 전문가 김영철 박사는 “한전의 통합 방식은 중앙 중심의 효율 논리에 따라 지역 특성과 자생력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지역균형발전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2024년 한전 전남본부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구례군은 관광 인프라 개발에 따라 2026년까지 전력 수요가 약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인구 감소와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지사 통합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사 통합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공공기관의 책무를 저버리는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