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로 인해 국채 발행 규모가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국채시장은 오히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확대, 기준금리 인하 기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리 상승 우려를 잠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13.8조 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9.5조 원이 국채 추가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 이에 따라 2025년 국고채 발행 총한도는 기존 197.6조 원에서 207.1조 원으로 약 4.8%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국채 공급 확대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국채 금리는 추경 통과 이후에도 오히려 하향세를 보이며, 공급 증가에 따른 부정적 충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인 1월 2일 2.507%에서 5월 2일 2.282%로 22bp 하락했고, 같은 기간 10년물도 2.749%에서 2.593%로 15bp 떨어졌다. 이는 국내 국채시장 내 수급 불안이 크지 않음을 방증한다.
외국인 수요 확대가 주요 방어막
국채시장 안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가 꼽힌다.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액은 26.0조 원으로, 전년 동기(9.8조 원) 대비 165.2% 급증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상호관세 조치를 단행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국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지수는 103.949에서 99.840으로 4% 하락했으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17%에서 4.33%로 16bp 상승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한국 국채가 대체 투자처로 부각된 셈이다.
WGBI 편입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영향
지난해 10월 결정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역시 외국인 수요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한국의 WGBI 편입 비중은 2.22%로, 최대 6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0.2~0.6%포인트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금리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2025년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0.2%로,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2%)보다 0.4%p 낮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양적 완화를 언급한 이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높게 점치고 있다.
안도걸 의원 “금리 안정은 확장 재정에 유리한 환경”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국내 국채시장은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금리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외국인 채권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시장 환경은 정부가 추경 등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