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학교가 개교 이후 처음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본격 추진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모두가 함께 만든 오월, 모두가 함께 실천하는 오월’이라는 슬로건 아래, 1980년 5월 시민들이 보여준 대동정신을 현재에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남대에 따르면, 올해로 45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 행사가 5월 14일부터 18일까지 총 5일간 전남대학교 캠퍼스를 중심으로 광주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가 공동 주관하고, 광주시, 북구청, 5·18기념재단, 민주보훈과, 총동창회, 민주동우회 등 지역사회와 지자체도 폭넓게 참여한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대학과 학생, 지역사회가 처음부터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며 '위로부터의 기념'이 아닌 '미래세대가 주도하는 계승'이라는 새로운 기념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5일간 이어지는 기념주간…“대동정신, 몸으로 잇는다”
기념 행사는 ▲민족·민주화성회 기간(5월 1416일) ▲5·18 항쟁 기간(5월 1718일)으로 구성되며, △릴레이 헌혈 나눔 △주먹밥 나누기 △민주평화대행진 △오월 영화 상영 등 체험과 참여 중심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행사 첫날인 14일에는 ▲5·18 굿즈 디자인 공모전(온라인) ▲그날의 벽화 그리기(5·18 광장, 민주마루 앞) ▲릴레이 헌혈 나눔(도서관 별관 앞) ▲오월 영화 상영 및 체험(5·18 광장)이 진행된다. 릴레이 헌혈은 이근배 총장을 시작으로 총동창회장, 민주동우회장, 총학생회장 등이 참여해 오월정신을 실천한다.
벽화 그리기 행사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전남대 학생들이 그렸던 벽화를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세대 간 기억의 다리를 잇는다. 이근배 총장도 행사 당일 직접 페인팅에 참여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영화 상영과 함께 열사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오월 퀴즈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총동아리연합회 주관으로 푸드트럭도 운영돼, 관람객들이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 속에서 오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민주묘지 참배부터 ‘민주길 투어’까지…세대 간 기억의 공동체
16일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전남대학교 제45주년 5·18 기념식(용봉홀) ▲대동 주먹밥 나누기 ▲민주길 투어 등 전통적 기념행사와 세대공감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기념식에는 이근배 총장과 각 학(원)장, 총동창회장, 민주동우회장 등 대학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며,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가 ‘오월의 주먹밥’에 담긴 연대와 돌봄의 의미를 해설한다.
이어지는 ‘민주길 투어’에는 총장과 보직교수, 신입생 45명이 함께 참여해 정의길·평화길·인권길을 따라 전남대의 민주화 유산을 되짚는다. 학생홍보대사와 재학생들이 해설자로 나서 또래의 언어로 오월정신을 전달한다. 이날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투어에 함께해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시민 1만 명 ‘민주평화대행진’…오월정신의 재현
17일에는 행사 하이라이트인 ‘민주평화대행진’이 진행된다. 전남대 정문에서 출발해 항쟁의 마지막 현장이었던 금남로까지 도보로 행진하며, 당시의 정신과 함성을 오늘날 시민과 학생들이 함께 되새긴다. 전남대 교수회, 총학생회, 지자체, 민주노총 등 약 1만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전남대 서울동창회 졸업생들이 교내 민주길을 따라 걷는 투어에 참여하며, 오월의 기억을 세대 간에 이어간다. 정의길, 인권길, 평화길로 구성된 이 투어는 전남대가 품고 있는 민주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상징적 여정이다.
“기억을 넘어 실천으로”…열린 공간으로서의 대학
전남대학교는 행사 기간 동안 민주길 인근 건물의 화장실을 시민에게 개방하며, 추모객의 편의를 높이고 열린 공동체로서의 책무를 다한다. 개방 기간은 5월 10일부터 25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근배 총장은 “이번 5·18 주간은 단지 기억하고 추모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배워가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라며, “전남대는 시대적 사명을 안고, 오월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계승하고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