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6.3 대통령 선거를 “자유 대한민국의 생사 기로에 선 선거”라며 보수 진영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김문수 후보와의 연대를 강조하고, “전체주의적 외부 도전에 맞서 단결하자”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메시지는 진영 간 적대 구도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조기대선을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 자숙하며 물러서는 것이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시대착오적 프레임: 자유 vs 전체주의?
윤 전 대통령은 대선을 체제 수호라는 생존투쟁으로 규정하며 “이제는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 대 전체주의’라는 도식은 냉전 시대에나 통하던 낡은 프레임으로, 현재 한국 정치가 마주한 다층적 문제들을 단순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위협에 대한 설명 없이 모호한 적을 설정하는 방식은 공포를 동원한 정치 동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정치학자 김주삼 박사는 “정작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말은 반복되지만, 비판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는 자유의 형식을 빌린 배제의 정치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진영논리 극복 외치던 그, 결국 진영논리에 무너져 조기대선 초래
윤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진영논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실제 그의 국정 운영은 특정 이념과 세력 중심의 편 가르기로 일관됐고, 이는 심각한 정치 불신과 행정 마비를 초래해 임기 중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 진영 단결을 외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보다는 정치적 유산을 연장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 조기대선을 야기한 책임자로서 지금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결의 외침이 아니라 묵언 수행과 정치적 자숙이라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6.3 대선, 진영 해체와 헌법체제 전환의 전환점 되어야
이번 대선은 단지 한 정파의 승패가 아닌, 한국 정치체제 전환의 분수령이 되어야 한다. 19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제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정치적 책임 회피, 여소야대 국정 마비, 제왕적 대통령제 등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초래해왔다.
30여 년간 이어져온 이 체제는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이번 선거는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수립할 수 있는 헌정사적 기회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의회와의 조율, 권력구조 개편, 책임 정치 강화 등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이후의 세계, 진영정치로는 대응할 수 없다
한편, 트럼프 이후의 미국 중심적 보호무역주의, 무역장벽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제정세의 격변 또한 한국 정치에 중대한 도전이다. 외교‧산업‧안보의 모든 영역에서 구조적 대응이 요구되는 이때, 국내 정치가 진영 논리에 갇혀 정쟁을 반복한다면, 국가 전체가 시대 변화에 뒤처질 위험이 크다.
6.3 대선은 이러한 국제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양극화를 동시에 넘어설 수 있는 정치 체질의 근본적 개혁을 이뤄야 할 선거다.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구호가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자유를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진영정치의 유산과 과거 프레임의 반복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의 눈앞에 놓인 과제는 자유와 전체주의의 허구적 구도가 아니라, 낡은 정치체제를 넘어서려는 변화의 의지다. 이번 6.3 대선은 진영을 넘어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전환의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반성과 자숙, 그리고 진정한 책임 정치의 복원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