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전격적으로 고율 관세 부과를 유예하면서, 양국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다. 제조업 활력 회복, 수입 단가 인하, 소비자 물가 안정 등 즉각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복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일시적인 단비'에 그칠지, 아니면 장기적인 실물경제 회복의 발판이 될지는 향후 90일간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미국 제조업 '기지개'…중국 수출 회복 '탄력'
전미제조업협회(NAM)는 이번 관세 유예 조치를 환영하며, 미국 제조업계의 생산 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NAM 관계자는 "중국산 원자재 및 부품 수입 비용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중간재를 사용하는 미국 내 제조업체들의 생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관세 부담으로 인해 보류되었던 설비 투자 및 생산 확대 계획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A사는 "관세 유예 소식에 따라 연기되었던 생산 라인 증설 투자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대미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인해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과 고용 지표가 악화되었다"며 "이번 관세 완화 조치는 침체된 수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 내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 물량 확대를 기대하며, 생산 라인 재정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물가 안정 기대…물류 업계도 '숨통'
미국 소매협회(NRF)는 관세 인하가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NRF 관계자는 "전자제품, 의류, 가정용품 등 생활 밀착형 소비재의 가격 인상 압력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억제되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미·중 간 해상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물류 업계 역시 이번 합의를 계기로 물동량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LA항만공사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급감했던 물동량이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선사 및 항만 운영사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90일 협상, '구조적 문제' 해결이 관건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이번 관세 유예 조치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역 경제 전문가 장하원 박사는 "이번 조치가 미·중 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며, 90일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할 경우 다시 고율 관세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술 이전 강요, 지식 재산권 침해, 불공정 경쟁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국 간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며 "기업과 시장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협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관세 유예 조치는 양국 실물경제에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경제 안정은 미·중 양국이 근본적인 무역 질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앞으로 90일간의 협상 과정이 미·중 관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