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새 모이, 잡초, 거북이를 먹는다.”
말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겠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지난 3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국경을 전면 폐쇄했다. 유엔조차 식량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서서히 굶어갔다. 밀가루와 기름, 물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 모이와 잡초, 심지어 거북이를 삶아 먹는다. 거리에는 냄비를 든 아이들이 줄을 서고, 그들의 눈빛은 세계를 향해 묻고 있다. "이게 정말 우리가 받아야 할 운명인가요?"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를 명분으로 전쟁을 지속한다. 하지만 이 전쟁은 조직이 아니라 민간인을 겨눈다. 국경을 막았으면, 최소한의 식량과 의약품이라도 공급했어야 했다. 전쟁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선, 그 안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이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잔혹한 폭력이다.
그 배후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극우 정치권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지원하는 미국이 있다. 인권을 말하면서도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세계 최강국. 그리고 그 비판이 두려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지식인들. 학자들은 침묵하고, 언론은 말을 아낀다. 윤리적 용기를 잃은 사회는 진실을 증언하지 못하고, 진실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의도 없다.
기후위기보다 더 두려운 건,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는 것이다. 정의, 연대, 존엄이라는 단어들이 점점 공허해진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건 단지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의 붕괴이며, 인간성의 파괴다.
“인간의 악함은 언제 끝나는가?”
우리는 지금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역사는 늘 강자의 ‘안보’와 ‘자위권’을 내세운 폭력으로 약자를 짓밟아왔다. 그러나 오늘의 가자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폭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겪는 이 고통을, 이스라엘 아이들이 똑같이 겪는다면—이스라엘은 이런 전쟁을 계속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아이가 죽어야만 유지되는 안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외면은 공범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질문은 이것이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