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중동 순방 중 ‘AI 칩 외교’ 전개…미국 AI 산업, 해외로 빠져나가나?
  • “미국 AI를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면서도… 정작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는 중동에 건설
  • 트럼프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출신 AI 특사들이 최근 3일간의 중동 순방에서 미국 AI 산업의 핵심 자산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전하는 대형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 일부에서는 “산업의 미래를 중동에 외주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UAE와의 협상을 통해,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AI 칩 수십만 개를 매년 공급하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이 칩은 주로 미국 클라우드 기업에 배정되지만, 약 10만 개는 UAE의 AI 기업인 G42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사우디와도 AI 칩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보다 대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아부다비에 5GW 규모의 전력을 바탕으로 조성될 AI 캠퍼스를 발표하면서 이를 공식화했다.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며, 미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전진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부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은 “기술 유출 가능성과 함께 세계 최대 AI 데이터 센터가 미국이 아닌 중동에 건설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유사한 G42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측은 "미국의 AI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으며, 전략기술의 해외 이전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UAE가 중국의 화웨이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AI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에 따라 AI 정책 고문인 데이비드 색스와 스리람 크리슈난은 이 협상에 깊이 관여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비공식 접촉을 통해 협상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색스 고문은 사우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미국 기술 위에 세계 AI 생태계를 세워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전략적 동맹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42와의 협정은 미국이 AI 기술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대신 중동에 기반을 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행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2029년 가장 강력한 AI 훈련 시설이 미국이 아니라 UAE에 존재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이 협정에는 미국 내 데이터 센터 건설과 연계한 ‘상호투자 요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미국 기업들이 중동에 세우는 데이터 센터마다 미국 내에도 동일한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교환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미국 내 일자리와 세수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RAND의 기술분석 고문인 지미 구드리치는 “핵심 산업 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지금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샘 윈터-레비는 “이러한 대규모 칩 수출과 해외 센터 구축은 ‘미국 우선주의’와 배치된다”며 “왜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해외에 맡기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최근 한 달간 사우디와 카타르 등지에서 트럼프 관련 기업에 유입된 자금이 2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보도되며, 이번 외교 행보가 단순한 산업 진출을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AI 산업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향후 몇 년이 지나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글쓴날 : [25-05-16 15:14]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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