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말하지 않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 최근 정치권 일각과 SNS에서는 "계엄", "내란", "구속", "처단"과 같은 과격한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정치권이 과거 사건을 끄집어내며 대립 구도를 이어가려는 움직임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정치는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가장 마음 편했던 시절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이었다”고 언급했다는 일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 대통령 아래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를 소모하지 않고 미래를 이야기했고, 국민 통합을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반면, 지금의 정치권은 과거에 매달리며 자신의 정치적 생존 수단으로 삼는 모습조차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줄탄핵에 계엄령을 선포한 짓은 대명천지에 해서는 안될 행동이며, 과오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천번의 줄탄핵이 있었다 해도 해서는 안될 경거망동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과 국민 의식 수준은 윤석열의 망동에 단호히 거부할 만큼 성숙해 있었다. 설령 일부 군 지휘관이 형식적 조치를 검토했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명령이 집행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을 것이다. 야당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당연한 선거캠페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 지금, 정치는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인구소멸, 저출산, 고령화,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고립된 노인의 빈곤과 외로움, 글로벌 통상환경의 격변이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재압박 가능성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가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미래를 말하지 않는 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결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유산을 반복 소비하며 증오의 정치에 머무는 이들이 정치의 주요 인물로 행세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증오의 소비가 아니라 희망의 생산이어야 한다.

    기업가는 도전정신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는 책임의식을 갖고 생산성을 높이며, 국민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 정치권은 이 선순환의 구조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지, 갈등을 부추기는 장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학 박사든, 경제학 박사든 미래에 대한 담론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지식은 무의미하다. 무기력한 지식인은 국민에게 해답이 아닌 혼란만 안긴다. 진정한 지식인은 위기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분열이 아닌 통합의 언어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과거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정치에 더는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국민이 직접 심판해야 한다.
  • 글쓴날 : [25-06-09 21:52]
    • 탁영환 기자[maru43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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