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 속 죽음, 진실은 무엇이었나” 카렌 리드, 살인 혐의 무죄…보스턴 경찰관 사망 미스터리 2년 반 만에 결말
  • 2022년 1월,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보스턴 경찰관 존 오키프(46)가 의문사한 사건이 미국 전역을 뒤흔든 법정 드라마로 이어졌다. 그리고 2025년 6월 18일, 매사추세츠주 배심원단은 피고인 카렌 리드(45)에게 살인 및 과실치사 등 중대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단,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이번 평결은 전년도(2024년) 진행됐던 첫 재판이 배심원 간 의견 불일치로 무효재판(mistrial) 처리된 이후 약 1년 만에 내려진 것이다.

    ■ 사건 개요: 눈보라 속 발견된 경찰관 시신

    2022년 1월 29일 새벽, 매사추세츠주 캔턴(Canton)에 위치한 한 경찰관 주택 앞 마당에서 존 오키프 경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그는 머리에 상처를 입고 눈 속에 쓰러져 있었으며, 병원 이송 후 사망이 확인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두부 손상 및 저체온증이었다.

    검찰은 당시 여자친구였던 카렌 리드가 오키프와 말다툼 후 술에 취한 상태에서 SUV로 후진하며 고의로 들이받고 그를 눈 속에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살인, 과실치사(음주 상태 운전 중 사망 유발), 사고 후 방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었다.

    ■ 쟁점과 양측 주장: 살인인가, 조작된 음모인가?

    리드의 변호인단은 “오키프는 그날 밤 다른 보스턴 경찰관의 집에서 열린 파티 중에 폭행당했고, 사망 원인은 차량 사고가 아닌 폭력과 방치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집의 주인 브라이언 앨버트(Brian Albert)도 경찰관이었고, 파티 참석자 중 일부가 오히려 유력 용의자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 조직이 리드를 희생양으로 삼아 진실을 덮었다”고 했다.

    주요 방어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파티 참석자 제니퍼 맥케이브(Jennifer McCabe)가 사건 당일 새벽 **“사람이 추위로 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구글 검색한 기록

    오키프의 몸에 남은 개에 물린 자국, 실내 폭행을 의심할 만한 타박상

    차량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증거들

    경찰 수사관 마이클 프로터(Michael Proctor)의 편파적 수사 정황 및 문자 메시지 내용

    반면, 검찰은 리드가 술에 취해 화가 난 채로 차량을 후진시키며 고의로 오키프를 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증거들을 제시했다:

    리드 차량의 깨진 후미등 파편이 피해자 발견 장소에서 다수 수거됨

    차량 충돌로 인한 “잔해 필드(debris field)” 존재

    사건 당일 리드가 오키프에게 남긴 격앙된 음성 메시지와 음주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피해자와 리드 차량, 두 대상의 위치 및 온도 데이터 분석 결과가 차량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

    ■ 두 번째 재판과 평결

    2025년 4월부터 진행된 두 번째 재판은 이전과 유사한 증인과 증거가 제출되었으나, 여론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배심원단은 나흘간의 심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평결을 내렸다:

    -2급 살인: 무죄
    -과실치사(음주운전 중 사망 유발): 무죄
    -사고 후 방치: 무죄
    -음주운전(OUI): 유죄 (최고 2.5년형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보호관찰 선고)

    이번 재판은 ‘중대범죄가 아닌, 포함 범죄(included offense)’로 음주운전을 인정한 첫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 판결 직후: 법정 밖의 환호와 분노

    오후 2시 30분경, 법정은 배심원단이 점심시간 직후 “평결에 도달했다”고 알렸다가 잠시 후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러나 곧 실제 평결이 내려졌고, 리드는 변호인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법정 밖에서는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Justice for Karen’이 적힌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은 성조기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연호를 이어갔다. 리드는 “여기 설 수 있는 건 이 모든 지지자들 덕분”이라며, “누구보다도 오키프를 위한 정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한편, 파티 참석자들과 오키프 유가족은 성명을 내고 “오늘의 판결은 정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음모론과 거짓 주장에 의해 배심원단이 현혹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 대중의 열광과 피로, 그리고 미국 사회의 거울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여성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드문 사례, 경찰 조직 내부의 유착 의혹, 지역사회 권력구조와 수사의 공정성, 그리고 음모론적 서사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결합되며, 수많은 ‘트루 크라임’ 팬들과 일반 시민들이 이 사건에 몰입했다.

    특히 페이스북, 레딧 등에서는 수천 명이 사건 관련 커뮤니티를 형성해 증거를 분석하고 음모를 추적했으며, 일부는 언론과 검찰을 향한 극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오늘날 미국 사회 내 사법 신뢰와 권력 견제에 대한 복합적인 민심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 글쓴날 : [25-06-19 10:28]
    • 김송희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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