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분석] 트럼프의 ‘포르도 타격’ 딜레마: 정밀타격인가, 전면전의 문인가
  • 2025년 6월,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이란 북부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중대 핵시설 '포르도'에 대한 정밀 공습 여부를 두고 결정의 기로에 서 있다. 작전은 외과적 정밀함을 자랑하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은 미국 미주리주의 화이트먼 공군기지나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출격할 수 있다.

    미국은 수년간 이 시설을 ‘최종 표적’으로 삼아왔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영국·프랑스와 함께 포르도의 존재를 공개하며 이란을 ‘기만’으로 비난한 이후, 군사전문가들은 3만 파운드 무게의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이 시설을 무력화하는 시나리오를 꾸준히 시뮬레이션해왔다.

    정밀타격 가능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작전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조차 이 작전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는 “포르도는 지하 약 800미터에 위치해 있다”며 단순한 폭격으로는 타격이 어려울 수 있음을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성공 이후’다. 전문가들은 “공습은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이란은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보복을 공언했으며,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와 해상 자산이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전 NSC 고위 관계자였던 스티븐 사이먼과 전 이스라엘 주재 대사 대니얼 커처는 “미국이 포르도를 타격하면 이란은 미국 민간인을 보복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며, 이후 ‘정권교체’ 전쟁으로의 전환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정치적 고려: 트럼프의 계산법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 발언 뒤에는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강력한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을 수년간 지연시킬 수 있는 유혹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실수로 또 다른 ‘이라크 전쟁’을 반복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한편, 민주당 측은 의회의 사전 동의 없는 대규모 군사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아담 쉬프 하원의원은 “포르도에 대한 폭격은 명백한 선제공격”이라며,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대응: 전술적 유연성과 핵무장의 유혹

    이란은 최근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전면전을 피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오만에 착륙한 이란 정부 전세기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또 다른 위험을 경고한다. 북한처럼 은밀히 핵무장을 완료한 뒤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교훈’을 이란 지도부가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었던 게리 사모어는 “폭격으로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시킨 전례는 없다”며, 오히려 이라크 사례처럼 은폐된 대규모 핵개발이 재개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론: 공습은 쉬우나, 전략은 복잡하다

    포르도 공습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단기간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비확산 목표에 기여할지는 불확실하다. 역사가 보여주듯, 핵시설은 폭격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하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선택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중동 정책, 핵 비확산 전략, 그리고 대선 국면 속 외교 리더십을 가르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 글쓴날 : [25-06-19 11:25]
    • 장훈남 기자[opinionview@naver.com]
    • 다른기사보기 장훈남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