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군다움이란 무엇인가: 결단, 용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
  • ‘장군다운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전장에서 칼을 휘두르는 무인일까, 아니면 사무실에서 문서로 전투를 지휘하는 전략가일까.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장군의 이미지를 상징적 계급표시나 예우의 대상으로 축소해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말해야 할 ‘장군다움’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이다.

    장군은 무엇보다 애매할 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명확하고 단순한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안보 환경은 대부분 불확실성과 모호성으로 점철돼 있다. 적의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을 때, 전황이 혼탁할 때, 정치적 압력과 작전적 필요가 충돌할 때, 진짜 장군은 결단한다. 이 결단은 '옳은 판단'이기 이전에, '책임을 지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겁이 나더라도 겁난 표정을 짓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단지 감정 억제의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부하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겠다는 리더십의 핵심이자, 전장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신뢰의 표식이다. 공포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장군은 두려움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장군은 부하를 도구나 노예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휘관이 군대의 성패를 결정하지만, 싸우는 것은 병사들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 없는 군대는 결코 강하지 않다. 한국 군의 일부 장교들이 여전히 부하를 ‘통제 대상’이나 ‘관리 대상’으로만 보는 태도는, 전투력 저하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다.

    결국 장군은 싸움꾼(fighter)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전투광을 의미하지 않는다. 싸움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쟁의 현실을 꿰뚫으며, 스스로 몸을 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전략과 전술, 국방정책에 능통하면서도, 전장에서 군을 대표해 책임지는 실전형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군에는 그런 ‘싸움꾼’ 장군이 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는 관료화된 지휘관이거나, 군 내부 정치에 매몰된 고위직이다. 명패에는 장군이지만, 실제로는 행정관에 불과한 경우도 적지 않다. 군이 실전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국민의 불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이제는 장군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진정한 장군은 군복의 위세가 아니라, 결단력과 용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싸움에 나설 수 없는 장군은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싸움꾼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군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 글쓴날 : [25-06-25 10:51]
    • 장훈남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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