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이란의 핵 야심, 북한과 데칼코마니인가
  • 중동의 북핵, 세계가 너무 늦게 깨닫고 있다
  • 이란의 핵 보유를 향한 질주는 더 이상 의혹의 영역이 아니다.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침묵 속에 오히려 ‘핵 보복’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다. 핵 농축 능력은 이미 무기 수준에 근접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넘쳐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그 전략적 행보가 너무도 익숙하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국제사회를 우롱해온 북한의 '핵 밀당' 전략과 이란의 그것이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깨고도 끝내 핵무장을 현실화시켰다. 이란 역시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겉치레 뒤에서 줄곧 시간과 기술을 축적해왔다.

    바야흐로 세계는 또 하나의 핵보유국 출현이라는 똑같은 악몽을 두 번 겪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감시를 차단당했고, 미국과 유럽은 이란과의 핵합의(JCPOA) 복원이라는 허상을 붙잡고 허송세월했다. 그러는 사이 이란은 원심분리기를 더 고도화했고, 중동 각지에서 무력 대리전을 강화하며 '핵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북한의 핵 전략은 이란에게 모범 답안이 됐다.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지연 전술로 전환시키며, 내부 체제를 결속하는 데 핵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닮은꼴이다. 북한이 보여준 것은 '정권 생존 보장'과 '국제적 인정'을 동시에 얻어내는 핵외교의 교과서였다. 이란은 이 교본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란 핵 문제가 결코 중동 문제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 이란이 실제 핵을 보유하고, 핵탄두 소형화까지 진행된다면, 북한의 '기정사실화된 핵'과 함께 세계는 이중의 억지 실패 사례를 마주하게 된다. '비핵화'라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핵 억제의 다극화'라는 신냉전식 안보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현상 유지' 전략을 택했고, 이란 문제 역시 공습이라는 단기 전술로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이 보여준 것처럼, '시간 벌기'는 곧 '핵 보유의 길 열기'로 직결된다. 외교는 필요하지만, 확고한 억제력과 군사적 옵션이 배제된 협상은 상대방에게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한국은 북핵 문제를 외교적 수사로만 다룰 여유가 없다.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은 곧 '비확산 체제의 붕괴'이며,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동시에 핵확산이 벌어지는 사태를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실질적 억제력 강화, 고도화된 대북 감시·타격 능력 확보, 그리고 ‘가정하지 않던 시나리오’에 대한 국가적 재정비가 시급하다.

    북한도, 이란도 '핵은 생존'이라고 믿고 있다. 그 믿음을 꺾지 못한다면, 세계는 더 많은 핵 보유국이 등장하는 미래를 피할 수 없다.
  • 글쓴날 : [25-06-27 00:17]
    • 장훈남 기자[opinionview@naver.com]
    • 다른기사보기 장훈남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