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연방대법원, 하급심의 신속한 행정명령 중단 권한 제한…트럼프 대통령 권한 강화
  • 미국 연방대법원이 하급심 판사들이 정부 조치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추진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대법원은 28일(현지 시각) 보수 성향 대법관 6명과 진보 성향 3명 간 6대 3으로 해당 판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출생시 시민권 부여(출생시민권) 폐지 행정명령도 일부 지역에서 효력을 가질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행정명령은 지금까지 모든 법원이 위헌 판단을 내려왔으나, 이번 판결로 인해 불법체류자나 단기 방문자의 자녀가 사회보장번호 등 시민권을 증명하는 문서를 받지 못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출생시민권 문제를 넘어, 대통령 권한에 대한 사법부의 견제 기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그동안 연방지방법원은 대통령의 행정명령 집행을 신속히 차단하며 유일한 견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복잡한 법적 절차 속에서 많은 정책이 이미 시행된 뒤 위법 판결을 받는 사례가 잦아, 사실상 사후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권한은 20세기 중반부터 꾸준히 확대돼왔다고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체제 속에서 행정부 권한이 급격히 커졌고,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는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정의했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과 베트남전 종전 시기에는 대통령 권한이 일시적으로 축소됐다. 닉슨 대통령이 오벌오피스 녹음 테이프를 법원 명령에 따라 공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 시기 이후 대통령 권한은 다시 확장되기 시작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행정부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행과 자제 규범을 거부하며, 사법·입법부의 견제를 약화시키고 정부 내 독립성을 축소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트럼프식 권력 강화 움직임에 법적 뒷받침을 제공한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감사 기능을 담당하던 감사관을 해임하고, 정책과 행정명령의 법적 타당성을 검토하던 법무부 법률자문국(OLC)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도 대통령 권한 침해에 대응하기보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으며, 이를 두고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의회의 전쟁 선포권을 무시한 위헌 행위”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시 의원의 공천 도전을 지지하겠다며 강력히 압박했고, 공화당 내 다른 의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알래스카의 리사 머코우스키 상원의원은 지역 유권자들과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향후 후임 대통령들에게도 하급심의 신속한 정책 제동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전망이다.
  • 글쓴날 : [25-06-28 22:48]
    • 김송희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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