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대법원, 트럼프 행정부에 잇따른 ‘승리’ 안겨…비상절차 남용에 사법 견제 약화
  • 미국 연방대법원이 28일(현지 시각) 회기를 마감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련의 중요한 법적 승리를 안겼다. 이번 회기 동안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긴급 신청 대부분을 받아들이며, 대통령의 강경한 정책 추진에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금요일 내린 6대 3 판결은 하급심이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국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을 사실상 제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을 무제한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평가다.

    이번 회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단 20주 만에 19건의 긴급 신청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제출한 총 건수와 같으며, 조지 W. 부시·오바마 행정부가 16년 동안 제출한 8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쏟아진 행정명령에 대한 각계 도전이 잇따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신청이 급증한 것이다.

    법원은 이번 긴급 신청을 대부분 승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포함한 6인의 보수 대법관들은 이 과정을 주도하며, 사실상 대통령의 입법·사법에 대한 견제를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이러한 긴급 판결들이 대부분 충분한 서면 심사와 구두 변론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법리적 근거가 담긴 판결문 대신, 간단한 문장 혹은 근거 없는 명령 형태로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에 대한 설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회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승인을 받은 사례는 ▲출생시민권 제한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국외 추방 확대 ▲정부기관 독립성 약화 등 광범위하다. 이와 관련해 진보 성향 대법관 잭슨, 소토마요르, 케이건 등이 반복적으로 공개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요일 판결은 예외적으로 특별 구두 변론을 거쳤으며, 100페이지가 넘는 의견문이 첨부됐다. 그러나 이는 전국적 효력을 지닌 금지명령(전국단위 가처분)을 크게 제한해, 하급심이 행정부 조치에 제동을 거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비상절차에 의한 판결은 서명이 없는 경우가 많고, 공개된 반대 의견 외에도 실제 반대표가 모두 공개되지 않는 등 절차적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과 연이은 긴급 승인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승리에 그치지 않고, 향후 어떤 대통령이든 강력한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내부 감사기관 해체, 공무원 해임, 의회 승인 없는 예산 집행 등 여러 논란 속에서 입법·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이러한 권력 집중 흐름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한편, 공화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한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켄터키주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이란 핵시설 공습을 두고 “의회 승인 없는 전쟁 행위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매시 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며 공개적으로 보복 의사를 밝혔다.

    이번 대법원 결정은 대통령 권력과 사법부 견제 간 균형,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에 심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향후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이에 대한 사법적 대응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글쓴날 : [25-06-28 22:51]
    • 강철수 기자[opinionvi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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