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인터넷에 자비 출판된 남성 간 로맨스 소설(Boys’ Love, BL)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남서부에 거주하는 한 대학원생 여성 작가는 온라인에 75장 분량의 동성 로맨스 소설을 발표했다가 형사 처벌 위기에 놓였다.
이 여성 작가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해당 소설을 집필했으며, 독자들로부터 받은 금액은 400달러(약 52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이 작품을 ‘외설물 제작 및 유포’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고, 그녀는 현재 기소될 가능성에 직면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이미 수십 명의 BL 작가들이 경찰에 소환·조사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단속 사례로 알려졌다. 안후이(安徽)성에서는 지난해 말 최소 12명의 BL 작가가 외설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간쑤(甘肃)성에서도 올봄부터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 작가는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BL 장르는 일본에서 유래된 남성 간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중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큰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여성 독자층 사이에서 ‘전통적 남녀관계의 고정관념을 깨는 대안적 서사’로 자리 잡으며 한때 TV와 웹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는 BL 장르를 ‘저속하고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며 본격적인 탄압에 나섰다. 2018년에는 한 인기 BL 작가가 외설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후 다수의 작가들이 성적 묘사를 줄이고, 주인공 간의 관계를 ‘브로맨스’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검열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작가들은 여전히 수위 높은 작품을 쓰기 위해 해외 플랫폼을 이용해왔으며, 이는 VPN 등 검열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었다. 최근 단속은 이러한 해외 출판 시도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이 도덕적 통제 강화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벌금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간쑤성과 안후이성 경찰은 타 지역 작가들을 체포해 기소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간쑤성에서만 최근 몇 주간 최대 50명의 작가가 체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내 변호사 두 명은 각각 BL 작가를 변호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한 변호사에 따르면 최소 6건 이상의 유사 사건을 직접 파악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외설 관련 법은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 성적 행위를 명시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금지되며,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인정될 경우에만 예외가 허용된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외설물을 제작·유포할 경우 ‘특히 심각한’ 상황으로 간주돼 무기징역형까지 가능하다. 심각성은 작품의 수익 또는 클릭 수 등으로 판단된다.
한편, 중국 SNS에서는 이번 단속을 두고 “강간범이나 아동 유괴범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글들은 대부분 검열로 인해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