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텍사스를 휩쓴 기록적인 홍수로 실종된 사람들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7일(현지시각) 새벽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68명으로 늘었으며, 피해 지역에서는 추가 강우 예보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커 카운티(Kerr County)의 한 강가 여름캠프에서 실종된 소녀들과 지도교사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해 지역 사회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커 카운티 보안관 래리 라이사(Larry Leitha)는 이날 “캠프 참가자 11명과 지도교사 1명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추가로 수인치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토양과 하천이 추가 홍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스틴·샌안토니오 지역을 담당하는 기상청의 제이슨 루니언(Jason Runyen) 기상학자는 “지금은 땅이 완전히 젖어 있어 추가 강우가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런 재난 본 적 없다”…강물에 잠긴 캠프
그렉 애벗(Texas州 주지사)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커 카운티의 캠프 미스틱(Mystic)은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급류가 숙소 천장까지 차올라 아이들이 대피할 틈도 없었다”고 전했다. 애벗 주지사는 “우리는 모든 소녀가 가족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실종자 수색 의지를 밝혔다.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커 카운티에서만 59명에 이르고, 트래비스 카운티(오스틴 포함)에서 4명, 버넷 카운티에서 3명, 켄달과 톰 그린 카운티에서 각각 1명씩 희생됐다. 트래비스 카운티에선 여전히 13명이 실종 상태다.
◆ 희생된 어린 생명들…절망에 빠진 가족들
확인된 희생자 가운데는 21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 이 중에는 8세, 9세의 캠프 참가자들이 있었으며, 가족을 구하기 위해 트레일러 창문을 주먹으로 깨며 사투를 벌이다 숨진 27세 남성도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끝까지 분투했지만, 결국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실종자 가족과 캠프 커뮤니티는 애타는 마음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캠프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무사 귀환만을 바라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림자
피해가 집중된 커 카운티는 ‘힐 컨트리(Hill Country)’라 불리는 텍사스의 대표적 관광지다. 드넓은 초원과 강줄기,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지는 이곳은 오랜 시간 ‘자연 속 쉼터’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동시에 ‘플래시 플러드 앨리(Flash Flood Alley, 급류 홍수 골짜기)’라는 오명도 있다. 갑작스러운 폭우와 급류는 이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 기상청 공백…책임론 불거져
이번 재난을 둘러싸고 국립기상청의 인력 공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기상청의 핵심 직책 다수가 공석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비상 상황에서 지역 구조당국과의 신속한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구조적 인력난이 경고 체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애벗 주지사의 다짐은 여전히 진행 중인 구호 현장의 절박함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남긴 상처는 단순히 수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