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이자 미국 최대 정치 후원자인 일론 머스크가 6일(현지 시각)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주겠다”며 새로운 정치 세력인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전격 선언했다.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 “국가를 파산시키는 낭비와 부패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 체제에 살고 있다”고 비판하며 “오늘 아메리카당을 창당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충돌을 이어왔다. 머스크는 이번 창당 선언 전부터 트럼프의 대규모 국내 정책 법안을 ‘역겨운 괴물(abomination)’이라 칭하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이 법안은 이미 거대한 예산 적자를 더욱 폭증시킬 것”이라며 “의회는 미국을 파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직까지 머스크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공식적인 창당 서류를 제출하지는 않았으며, 구체적인 조직 구성이나 선거 전략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머스크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최근 측근들과 새로운 정치 세력 결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실무보다는 개념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이날 X에 추가 글을 올려 “아메리카당은 내년 선거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극도로 집중된 힘을 전장 한 지점에 투입해 일당 체제를 깨겠다”며 “우선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23곳, 하원 8-10곳에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치에서 제3당 창당은 오랜 기간 재벌과 중도 성향 인사들의 꿈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기득권 양당 체제, 고도로 정치화된 유권자층, 복잡하고 까다로운 주별 선거법 등 현실적인 장벽은 상당하다. 특히 각 주별로 요구되는 막대한 비용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머스크의 자금력과 영향력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약 3억 달러(약 3,900억 원)를 쏟아부었고, 그의 슈퍼 PAC은 트럼프 지지층 결집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올해 위스콘신주 대법원 판사 선거에서는 2천만 달러를 투입하고도 공화당 후보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창당 선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내세운 ‘아메리카당’이 과연 미국 정치 지형을 흔들 새 돌풍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허풍’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