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문자, 왜 논란이 됐나
광주 동구청장 선거에서 임택 현 청장이 선두권을 형성한 가운데, 노희용 전 동구청장과 진선기 전 광주시의원 측이 최근 ‘단일화’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선거판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예비후보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연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내용은 즉시 후보를 한 명으로 정리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당내 경선 이후 결선 구도에서 한쪽으로 힘을 모으는 방식에 가까웠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일반 유권자들이 선거 국면에서 받아들이는 ‘단일화’는 대체로 “후보가 한 명으로 정리됐다”거나 “한 후보가 사퇴하고 다른 후보를 밀기로 했다”는 뜻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 합의가 “경선은 각자 치르되, 이후 결선 단계에서 연대한다”는 수준이라면, 이를 문자에서 단순히 ‘단일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유권자에게 현재 상태를 과장되게 인식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실제 합의 내용은 ‘후보 정리’보다 ‘결선 연대’에 가까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놓고 보면, 이번 합의는 전형적인 후보 사퇴형 단일화와는 결이 다르다. 즉각적으로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후보가 정리된 것이 아니라, 경선 결과와 결선 여부를 전제로 한 정치적 협력 약속이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 그렇다면 문자 수신자가 이를 “이미 둘이 하나가 됐다”고 받아들일 경우, 표현과 실질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경우 흔히 ‘연대’와 ‘단일화’를 넓게 섞어 쓰기도 한다. 다만 법률적으로는 정치적 수사와 객관적 사실의 경계가 중요하다. 선거에서 사용된 용어가 단순한 상징적 표현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문장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법조항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이번 사안을 법적으로 볼 때 가장 먼저 검토되는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다. 이 조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 방송, 신문, 통신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경력, 행위, 소속단체 등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자메시지는 이 조항상 ‘통신’의 한 형태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문자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의 사실이라면 문제 소지가 생긴다. 결국 쟁점은 단순하다. 문자에 적힌 ‘단일화’라는 표현이,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허위의 사실”인가, 아니면 다소 과장되거나 정치적으로 포장된 “의견·평가”에 불과한가 하는 점이다. 이 구분이 선거법 적용의 분기점이 된다.
판례는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한다
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과거나 현재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증거에 의해 그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내용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치적 수사나 평가적 표현은 곧바로 허위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특히 판례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문제 된 표현의 의미를 공소 취지에 맞춰 일방적으로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합법’ 외피 쓴 과장 정치, 유권자 판단 왜곡 우려
선거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이지만, 그 자유가 법망의 빈틈을 이용해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실제 내용은 ‘조건부 연대’나 ‘결선 지지’에 불과함에도 이를 보다 강한 의미의 ‘단일화’로 포장하는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법적 책임을 비껴가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유권자에게 왜곡된 정치적 신호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후보자와 선거캠프는 법 위반 여부만을 최소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보다 정확하고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는 정치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법을 교묘히 피해 가면서도 사실상 유권자를 현혹시키는 선거 전략은 공정선거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자제되어야 하며, 선관위 역시 이러한 편법적 메시지에 대해 보다 엄정한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