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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스페인 덮친 ‘괴물 산불’…30만 명 대피, 보르도까지 위협

2026-07-27 21:44 | 입력 : 탁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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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가뭄·강풍 겹치며 산림 전체가 ‘화약고’로

스페인 일부 산불은 농기계 작업이 발화 원인…기후변화가 피해 규모 키워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서유럽을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수십만 명이 집과 휴양지를 떠난 가운데 이번 주 또다시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과 강풍이 예보되면서 추가 산불 발생과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일대와 스페인 중부 마드리드·아빌라, 동부 발렌시아·카스테욘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약 22만 명이 대피했고, 스페인에서도 7만 명 이상이 대피한 가운데 수만 명에게 실내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두 나라에서 대피하거나 외출을 금지당한 주민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불길, 프랑스 보르도 15㎞ 앞까지 접근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곳은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 지역이다. 지난주 시작된 산불로 약 4만2,000헥타르의 산림과 주거지가 불에 탔으며, 한때 불길이 보르도 도심권에서 약 15㎞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보르도는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이자 여름철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다. 산불이 인구 밀집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방 당국은 추가 대피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약해지면서 불길의 확산은 일시적으로 둔화했다. 프랑스 당국은 산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어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산불 대응 위기회의를 주재한 뒤 피해가 가장 큰 지롱드 지역을 방문해 소방대원과 지방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프랑스 정부는 군 병력과 소방 항공기 등을 추가 투입하고 유럽연합 회원국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화재 당시 상황을 전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르도 인근 마을에서 대피한 아티카 파르하티 씨는 “하늘 전체가 붉게 변했다”며 “대피소에 와 있는 지금은 이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아빌라 산불, 현대사상 최대 규모

스페인의 상황도 심각하다. 마드리드와 인접한 아빌라 지역 산불은 약 5만헥타르를 태우며 스페인 최근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산불로 기록됐다.

불길은 아빌라에서 마드리드와 톨레도 방향으로 확산했고, 일부 대형 산불이 서로 합쳐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마드리드 서쪽에 있는 인구 약 870명의 발데마케다에도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스페인 동부 카스테욘 지역에서도 새로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발 데 우이쇼 주변에서 시작된 불은 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태우고 여러 마을을 위협했다. 주민 약 1만6,000명이 집을 떠났으며, 수만 명에게 실내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발렌시아 지방정부는 강풍과 고온으로 불길의 움직임이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산불이 한때 “현재의 진화 능력을 넘어선 상태”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전국적인 산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비상대응부대와 소방 항공기 등을 투입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피해 지역을 방문해 “앞으로 어려운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대피 지시를 철저히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스페인에서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했다. 발렌시아주 마니세스 지역에서는 화재 진압에 나섰던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피해가 보고됐다.

산불 원인은…‘불씨’와 ‘대형화 요인’ 구분해야

이번 산불의 원인을 단순히 폭염이나 기후변화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직접적인 발화 원인과 불길을 초대형 재난으로 확산시킨 환경적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먼저 개별 산불의 직접적인 발화 원인은 지역마다 다르며 상당수는 아직 조사 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주변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하나는 화재 위험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농기계를 사용한 작업이 발화 원인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 경찰은 사용이 금지된 시기에 농업용 차량을 운행해 불을 낸 혐의로 운전자를 체포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부주의, 기계 사용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작은 불씨를 통제 불가능한 대형 산불로 키운 핵심 요인은 장기간 이어진 고온과 가뭄, 건조한 식생, 강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

프랑스 보르도와 스페인 아빌라 지역의 7월 평균 최고기온은 약 32도로, 1961∼1990년 같은 기간의 평년값보다 약 6도 높았다. 연이은 폭염과 강수량 부족으로 나무와 관목의 수분이 크게 줄면서 산림 전체가 불이 붙기 쉬운 연료로 변했다.

특히 프랑스 지롱드 지역에는 불에 잘 타는 소나무 숲이 넓게 분포한다. 바짝 마른 낙엽과 가지, 관목층에 불이 붙은 뒤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짧은 시간에 수㎞씩 이동했다.

스페인에서는 봄철 내린 비로 풀이 무성하게 자란 뒤 여름 폭염으로 한꺼번에 말라붙은 현상도 산불 확산을 부추겼다. 풍부하게 자란 초목이 건조해지면서 대규모 ‘산불 연료층’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풍향이 갑자기 바뀌고 불길이 자체적으로 강한 상승기류를 만드는 현상까지 나타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선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거대한 불기둥이 대기 중에 화재 구름을 형성해 새로운 바람과 낙뢰를 만들어내는 ‘화재적운’ 현상도 관측됐다.

기후변화, 불씨보다 ‘산불의 위력’ 증폭

기후변화가 모든 산불의 직접적인 발화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불은 농기계나 차량, 전기시설, 담뱃불, 방화 또는 낙뢰 등 구체적인 점화 요인에 의해 시작된다.

다만 기후변화는 장기간의 폭염과 가뭄을 심화하고 산림과 토양의 수분을 감소시켜,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과 피해 규모를 높이는 ‘위험 증폭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환경청은 유럽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염이 더 길고 강해지고 있으며, 토양과 산림이 건조해져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중해와 남유럽 지역에서는 산불 위험 기간이 길어지고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도 폭염과 가뭄, 토지 이용 변화가 결합하면 산림의 수분이 감소하고 산불 발생 위험과 화재 기간, 대형 산불 가능성이 모두 높아진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프랑스·스페인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나 각종 사고로 생긴 불씨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강풍이라는 조건을 만나 국가적 재난으로 확대된 복합재난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기상당국은 이번 주 서유럽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0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보했다. 소방당국은 기온이 다시 치솟기 전까지 남은 시간이 산불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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