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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스틸 주한미대사 부임…이재명 정부와 ‘동맹 현대화’ 시험대

2026-07-30 21:23 | 입력 :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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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원전·첨단산업은 협력 공간…대미투자·관세·방위비·대북정책은 잠재적 갈등 요인
한국계라는 친숙함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권대사’라는 정치적 성격을 먼저 읽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주한미국대사인 미셸 박 스틸 대사가 30일 한국에 부임했다. 2025년 1월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이임한 이후 약 1년 6개월간 이어졌던 주한미국대사 공백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스틸 대사는 지난 6월 17일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았으며, 한국계 여성 정치인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한미 통상·안보 현안을 직접 다룰 ‘트럼프의 정치대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스틸 대사의 부임은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점에 이뤄졌다. 양국은 조선·원전·반도체·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이 크지만, 한국의 대미투자 이행 방식과 미국의 관세정책, 방위비와 국방비 증액, 대북정책,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입장에서는 상당한 견해차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전쟁 피란민의 딸에서 미국 연방의원으로

미셸 스틸 대사는 1955년 6월 21일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한국명은 박은주다. 그의 부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피란민 출신이다. 그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부모가 전쟁 중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 가정을 꾸렸으며, 이후 가족이 일본에 살던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면서 “영어는 나의 세 번째 언어”라며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차례로 익힌 이민자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있었기에 자신과 같은 이민자가 연방의회 의원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정치적 서사다. 남편 숀 스틸과 두 딸, 네 명의 손주를 두고 있다.
스틸 대사는 미국 페퍼다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사업가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정치 참여에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캘리포니아주의 복잡한 세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을 지냈다. 조세형평국은 세금과 조세행정을 다루는 선출직 기관으로, 스틸은 감세와 소상공인 보호를 앞세워 공화당 내에서 ‘납세자 권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오렌지카운티 감독위원으로 활동했고, 2017년과 2020년에는 감독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오렌지카운티는 한국계와 베트남계 등 아시아계 유권자가 밀집한 지역으로, 스틸은 이곳에서 지방행정과 선거조직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캘리포니아 제48선거구와 제45선거구를 대표했다. 하원 세입위원회와 교육·노동 분야 위원회,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조세와 통상, 중국 문제, 북한 인권,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24년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베트남계 후보 데릭 트란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해 3선에 실패했다. 이후 2026년 4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됐고, 같은 해 6월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한국계 대사지만 기본 임무는 ‘미국 우선주의’

스틸 대사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점은 이재명 정부와의 소통에서 분명한 장점이다. 한국 사회와 정서에 대한 이해도 일반적인 직업 외교관보다 높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그를 단순히 ‘한국계 미국인’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공화당 정치인이고, 미국의 국익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집행해야 하는 대사다.
스틸 대사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 2만8500명과 미국의 확장억제를 한미동맹의 기반으로 규정했다. 또한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약속이 어떤 재원으로 조달되고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 한국 정부에 구체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누리는 것과 동일한 시장 접근을 미국 기업도 한국에서 누려야 한다”며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 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스틸 대사의 한국계 정체성은 갈등을 줄이는 소통 자산이 될 수는 있어도, 미국의 요구를 완화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어와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측 요구를 더욱 직접적이고 정교하게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원전·반도체는 가장 큰 협력 분야

이재명 정부와 스틸 대사가 가장 먼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조선산업이다. 미국은 노후화한 조선소와 상선·군함 건조 능력을 회복해야 하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한미 정상 간 합의에는 한국의 대미투자 가운데 1500억 달러를 조선 분야에 투입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조선소 현대화와 선박 건조, 기자재 공급망, 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 분야도 협력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국은 원천기술과 세계 원전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 원전 연료와 공급망 분야에서 역할을 분담한다면 양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공동 원전 수출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의약품, 핵심광물도 협력 대상이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춘 공급망을 원하고 한국은 미국 시장과 첨단기술 협력이 필요하다. 양국 정상 간 공동자료에도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인공지능 분야의 투자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다만 한국 정부는 단순히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이전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미투자에 상응하는 기술협력과 시장 접근, 세제 지원, 한국 기업의 장기적 경영권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대 현안은 3500억 달러 투자와 관세

가장 민감한 갈등 요인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다. 미국은 투자계획의 조속한 이행과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과 국가 재정, 기업 부담을 고려해 직접 현금투자보다는 대출·보증·민간투자를 결합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스틸 대사는 인준청문회에서 투자금의 출처와 사용처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와 직접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도 투자 약속의 투명성과 집행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는 부임 초기부터 스틸 대사가 이재명 정부에 가장 강하게 요구할 사안이 투자계획의 구체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세 문제도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은 7월 24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제품의 유입을 충분히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새로운 관세체계를 시행했다. 한국은 미국의 별도 ‘과잉생산능력’ 조사 대상에도 포함돼 있어 추가적인 통상 압박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자동차·철강·반도체·의약품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한 불확실성도 계속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대미투자를 무조건적인 비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관세 상한과 예외 품목, 투자금 회수 구조, 프로젝트 선정권, 손실분담 원칙을 문서로 확정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간 정치적 약속과 기업의 실제 투자 의무를 구분하지 않으면 향후 미국의 정권 변화나 경기침체 때 한국 기업만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방위비·전작권·동맹 역할 놓고 이견 가능성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 양국이 동의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주한미군과 확장억제를 동맹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한미일 안보협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 운영 방식에서는 갈등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하거나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까지 넓히려 할 경우 이재명 정부는 국내 여론과 한중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주권과 자주국방의 차원에서 추진하더라도 미국은 한국군의 능력과 연합방위 태세, 지휘구조의 안정성을 우선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권 문제를 정치적 일정에 맞춰 서두르거나 반대로 무기한 연기하는 방식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이 합의한 조건과 객관적인 군사능력 평가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억제와 대화’의 비중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역할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양국 정상은 조선업 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갈등 요인이면서 동시에 협력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대화와 긴장 완화를 중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에 관심을 보인다면 대화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스틸 대사는 북한 피란민 가정 출신이며 북한의 핵·미사일과 사이버 범죄,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한국 정부가 대화 재개를 위해 제재나 인권 문제를 지나치게 뒤로 미룬다고 미국이 판단할 경우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해법은 억제와 대화를 서로 반대되는 정책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군사적 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대화 채널을 열고,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단계별 위험 감소 조치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중국·일본 문제에서도 세심한 조율 필요

스틸 대사는 연방의원 시절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공화당의 대표적인 대중 강경 성향 정치인이다. 대사 인준 과정에서도 한미일 협력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강조했다.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와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통제, 대만해협 문제,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실용외교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모든 사안을 기계적으로 절반씩 나누는 모호한 균형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의 원칙을 분명히 하되, 민간교역과 기후·보건 등 협력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대화를 유지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한일관계 역시 과거사와 안보협력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역사 문제를 덮어서도 안 되지만, 국내정치적 목적으로 과거사를 동맹·안보 문제 전체와 결합해 한미일 협력을 흔드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 친밀감이 아니라 ‘협상 구조’로 대응해야

이재명 정부는 미셸 스틸 대사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지나친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그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는 한국계 인사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을 상대하는 외교관이다.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첫 번째 자세는 투명성이다. 대미투자의 재원과 방식, 산업별 규모, 외환시장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정리해 미국 측의 불신을 줄여야 한다.
두 번째는 상호주의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만큼 미국도 관세 안정과 기술협력, 한국 기업의 시장 접근, 비자와 전문인력 이동 문제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 번째는 안보와 경제를 함께 보는 패키지 협상이다. 한국의 방위비와 국방비, 조선·원전 투자,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각각 양보하는 방식보다 양국이 주고받을 수 있는 전체 협상표를 만들어야 한다.
네 번째는 초당적 국내 합의다. 한미동맹과 대미투자를 정권 차원의 성과로만 포장하면 정권 교체 때마다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 국회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증구조를 갖춰야 한다.

미국도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돼

미국 역시 한국을 관세와 투자금, 방위비를 더 받아낼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한국은 미국의 단순한 안보 수혜국이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원전 분야에서 미국의 산업기반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동맹국이다.
미국이 관세와 안보를 반복적으로 연계하거나 한국의 정당한 국내 규제까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할 경우 한국 사회의 대미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동맹은 일방적인 청구서가 아니라 공동의 위험과 비용, 이익을 나누는 관계여야 한다.
스틸 대사는 한국 정부에 미국 기업의 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도 미국에서 예측 가능한 관세와 규제 환경을 보장받도록 워싱턴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계 미국대사의 상징성을 실질적인 외교성과로 연결하는 길이다.
미셸 스틸 대사의 부임은 이재명 정부에 부담이자 기회다.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대사가 부임했다는 점에서는 소통의 문턱이 낮아졌다. 그러나 그가 통상과 조세, 중국 문제에 강한 공화당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는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앞으로 한미관계의 성패는 두 정상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관세와 투자·안보·북핵 문제를 얼마나 예측 가능하고 상호 호혜적인 제도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할 말은 하되 약속은 지키고, 미국은 동맹의 기여를 인정하되 일방적인 압박을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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