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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무부시장 인사를 인기투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2026-07-29 20:58 | 입력 :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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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를 도입했다. 산업·경제 분야와 시민주권·복지 분야의 정무부시장 후보를 시민이 추천하고, 검증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 시민투표를 거쳐 후보군을 압축한 뒤 특별시장이 최종 후보자를 내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후보자는 분야별 5명씩 총 10명으로 압축됐으며, 이들은 8월 1일과 2일 시민배심원단 108명을 상대로 PPT 등을 활용한 정견 발표를 하게 된다. 이후 27개 시·구·군 시민 1,013명의 투표를 통해 분야별 3명을 추리고, 특별시장이 최종 내정한 뒤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절차다.

시민에게 인사 과정의 문을 열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무부시장이라는 자리를 시민추천과 발표, 투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지방정부의 인사 원칙에 부합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정무부시장은 일반 행정공무원이나 독립적인 전문기관장이 아니다. 특별시장의 정치철학과 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시장을 대신해 의회·정당·시민사회·정부와 협상하며 주요 정책을 조정하는 정치적 보좌기관이다. 시장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개인적인 경력과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무부시장은 특별시장이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임명해야 한다. 성과가 나면 시장이 평가받고, 실패하면 시장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선출된 시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한 이유이며 책임정치의 기본 원리다.

시민추천제는 겉으로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추천 단계부터 특정 정파나 조직, 이해관계 집단이 자신들과 가까운 인물을 집중적으로 추천할 수 있다. 시민배심원단과 투표인단의 구성 방식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는 중앙정치권보다 인간관계와 인맥의 영향력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공간이다. 학연·지연·정치적 친소관계가 촘촘하게 얽힌 지역에서 시민추천제가 시행될 경우, 공개경쟁이라는 외형 아래 특정 세력의 조직력과 인맥이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누가 더 유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는가, 누가 더 조직적으로 추천을 받을 수 있는가, 누가 지역 정치권과 가까운가가 후보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추천제는 인재 발굴 제도가 아니라 기존 인맥정치를 공개적인 절차로 포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PPT 정견 발표를 중요한 검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말을 잘하고 자료를 화려하게 만드는 능력과 실제 행정 능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실력은 있지만 대중 앞에서 말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반대로 실제 정책 수행 능력이나 조직관리 경험은 부족하지만 발표 기술과 이미지 연출에 능한 사람도 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진행되는 PPT 발표는 후보자의 표현력과 순발력은 보여줄 수 있어도, 복잡한 행정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 책임감과 도덕성까지 충분히 검증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시민투표가 결합되면 정책 역량보다 인지도와 대중성이 앞설 수 있다. 이미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했거나 단체장·국회의원·시의원 등을 지낸 인물은 일반 전문가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원자 가운데 전직 기초단체장과 전·현직 공무원, 지방선거 참여자, 시장 인수위원 경력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정무부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한 차례 발표에서 박수를 받는 능력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확보하고, 광주와 전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의회와 갈등을 풀고, 지역의 산업과 복지 문제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인기투표보다 경력 검증, 정책 실적, 조직관리 경험, 이해충돌 여부와 도덕성 검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시민추천제의 또 다른 문제는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시장이 직접 발탁한 정무부시장이 실패하면 시장은 인사 실패에 대해 변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민추천과 배심원 심사, 시민투표를 거친 인사가 실패하면 “시민들이 추천한 인물”이라는 명분 뒤에 책임을 숨길 가능성이 생긴다.

권한은 시장이 행사하면서 책임은 시민과 심사 절차에 분산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 참여는 중요하지만, 시민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이 언제나 민주적인 것은 아니다. 선거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책임 있게 결정하고 그 결과를 다시 시민에게 평가받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시민추천제는 정무부시장을 사실상 뽑는 절차가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는 참고 제도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이 다양한 인물을 추천하면 특별시는 이를 인재풀로 활용하되, 최종 후보자의 선택과 임명은 특별시장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대신 특별시장은 왜 그 사람을 선택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후보자의 전문성, 정책 수행 경험, 지역 통합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인 임명 이유를 시민 앞에 밝혀야 한다. 임명 후에는 100일 및 1년 단위의 성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시의회 인사청문회 역시 형식적인 통과 절차가 아니라 정책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실질적인 장치가 되어야 한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새로운 행정구역의 출범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행정문화를 조정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중대한 실험이다. 그만큼 초대 정무부시장에게는 높은 전문성과 정치적 조정 능력, 특별시장과의 긴밀한 정책적 신뢰가 요구된다.

정무부시장 인사를 시민 참여라는 명분 아래 발표대와 투표함에 맡겨서는 안 된다. 특별시장은 자신이 함께 일할 사람을 직접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인사는 권한이자 책임이다. 책임질 사람이 선택해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인사 과정에 참여했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특별시장이 임명한 정무부시장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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