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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몰래 빼낸 뒤 ‘에어포스원’은 미끼로 날았다…민간인 탑승 논란

2026-08-12 21:06 | 입력 :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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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대통령 전용기 공격 가능성에 트럼프 극비 이동
각료·백악관 참모·기자단은 위협 사실 모른 채 에어포스원 탑승
“대통령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vs “민간인을 사실상 인간방패로 활용”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겨냥한 공격 위협 때문에 극비리에 다른 군용기로 이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빠져나간 뒤에도 에어포스원이 고위 정부 관계자와 기자단 등을 태운 채 예정대로 비행하면서, 이들이 사실상 ‘미끼’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미국 당국은 이란이 에어포스원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밀리에 기내에서 빼냈다. 대통령은 외부에서 모습을 알아볼 수 없도록 급식용 컨테이너를 이용해 이동한 뒤 별도의 군용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빠져나간 뒤에도 에어포스원은 영국을 향해 출발했다. 당시 

기내에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해 스티븐 밀러, 스티븐 청 등 백악관 고위 참모들과 정부 관계자, 군 관계자, 기자들이 타고 있었다.

문제는 상당수 탑승자가 에어포스원을 둘러싼 구체적인 위협 상황이나 대통령이 이미 다른 항공기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자들은 앙카라를 출발하기 전 창문 가리개를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군용기를 이용해 영국에 먼저 도착한 뒤 다시 에어포스원에 탑승했고, 이후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외부에서는 대통령이 처음부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한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이번 작전은 미국 대통령의 신변 보호를 위해 사용돼 온 전통적인 ‘기만 전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미 대통령 경호 과정에서는 실제로 대통령이 어떤 차량에 탑승했는지 알 수 없도록 동일한 외형의 차량을 여러 대 운영하거나,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과 같은 형태의 헬기를 여러 대 동시에 비행시키는 방식이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실제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항공기를 대통령이 빠져나간 뒤에도 다른 사람들을 태운 채 운항했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통령과 일부 측근의 안전만 고려했을 뿐 다른 탑승자들의 위험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지프 해긴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 작전의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해긴은 백악관에서 근무하거나 대통령과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보안 작전의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릴 경우 오히려 대통령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도 위험지역 방문 과정에서 비슷한 기만 작전을 활용한 적이 있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지역을 방문할 때 이동 일정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2023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하면서 극소수 인원에게만 일정을 알리고 약 9시간 30분 동안 열차로 이동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2000년 파키스탄 방문 당시 테러 위협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를 숨기는 작전을 사용했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대통령 수행 기자단을 위험한 ‘미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고, 결국 기자들이 대통령이 자신들과 다른 항공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최소한 인지할 수 있도록 작전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위험지역을 벗어난 이후에는 관련 내용도 공개됐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앙카라 이동 작전은 대통령이 안전지역으로 이동한 뒤에도 공개되지 않았으며,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기자들에게 자신은 비밀경호국의 조언을 따랐다고 설명하면서 다른 탑승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실제로 탑승한 항공기가 더 큰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떠난 에어포스원의 탑승자 보호를 위해 별도의 추가 경호 조치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기만 작전 자체는 오랜 경호 관행이지만, 직접적인 공격 위협이 제기된 항공기에 위협 사실을 알지 못한 민간인과 기자들을 계속 탑승시킨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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